여름철, 기온 상승과 함께 항문 주변의 가려움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항문 주위가 불쾌하게 가렵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을 통칭하여 항문소양증이라고 한다. 주로 40대 이상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이 질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항문소양증의 주된 증상은 가려움이지만, 항문 주변의 끈적임, 분비물로 인한 속옷 오염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밤에 잠자리에 들어 체온이 올라갈 때, 배변 후 화장지로 닦을 때, 항문 주위에 땀이 차 뜨거워질 때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감염이나 피부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만성 설사, 만성 변비, 항문 치열, 항문 치루 등 항문 관련 질환 또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지나친 청결 욕구로 인해 비누로 과도하게 씻어내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향신료, 커피, 알코올 등의 과다 섭취와 심한 스트레스 역시 증상을 키울 수 있다. 가려움으로 인한 긁는 행위가 피부 손상을 일으켜 다시 가려움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항문소양증을 습(濕), 열(熱), 풍(風), 조(操)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습열은 붓고 충혈되게 하고, 풍열은 가려움을, 조열은 변비를, 화열은 통증을 일으킨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항문에 지속적인 자극과 압박이 가해지면 주변 정맥의 울혈이 발생하여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문소양증의 치료는 장내 환경 개선과 항문 주변의 충혈 및 가려움 완화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 연고 수치고는 항문 주위 혈액순환을 돕고 충혈을 해소하여 항문 건강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다. 황기, 괴화, 대계근, 진교, 지유, 당귀 등 다양한 약재가 상처 치유, 부기 감소, 열 해소, 어혈 제거에 활용된다. 치핵 치료와 더불어 가려움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임산부, 암 환자, 만성질환자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면역단 요법을 통해 장내 유익균을 늘려 대장 점막의 건강과 소화력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치료와 함께 깨끗하고 위생적인 생활습관이 필수적이다. 배변 후와 아침저녁으로 항문을 청결히 닦아내는 습관을 들이고, 밤에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 취침 전 반드시 항문을 씻어야 한다. 비데나 욕조를 활용하되 비누로 세게 문지르기보다 부드러운 면 헝겊으로 두드리듯 닦아내는 것이 좋다. 면 소재 속옷을 입고, 나일론 속옷이나 엉덩이를 조이는 옷은 피한다. 더운 날에는 통풍이 잘 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땀을 최소화하고, 운동 후에는 샤워와 함께 헤어드라이어로 항문 주변을 보송하게 말려주는 것이 좋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커피, 차, 탄산음료, 유제품, 주류, 치즈, 초콜릿, 견과류, 흡연 등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문소양증은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는 만성 질환이지만, 올바른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적극적인 한방 치료와 위생 관리, 식습관 교정 등 총체적인 노력을 통해 항문 건강을 되찾고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시기 바란다.